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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제조통합 어디까지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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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 조회 712회 작성일 04-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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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제조산별 통합 어디까지 왔나

3월 통합계획 연기될 듯
금속, 차기 통추위 회의 일정 안 잡아...화학, 위원장에 전권 위임


한국노총 제조부문을 대표하는 금속노련과 화학노련. 지난해 2월부터 시작한 금속,화학 통합 논의가 꼬박 1년을 맞았다. 그 동안 두 연맹은 7차례의 통합추진위 실무위, 지역 공동 순회간담회, 통합추진위 전체 세미나와 수련회 등을 열어 통합의 뜻을 공유하고 대의원 배정 등 쟁점사항을 좁혀가느라 숨 가쁘게 달려왔다. 이제 몇 가지 의견차만 남았다. 조합원 20만명의 한국노총 최대 산별연맹 건설은 눈앞에 현실화될 것인가.

통합 논의 막바지에 ‘중단’

막판까지 순탄하게 달려왔던 통합 추진 작업에 최근 이상 징후가 포착됐다. 대화 흐름이 사실상 중단된
것이다.

금속노련(위원장 이병균)은 지난달 10일 두 연맹 통합추진위 실무위원회 대표간의 의견접근 사항을 중앙위에 보고한 후 “필요하면 통추위에 안건으로 상정하겠다”고 했으나 한달이 다 되도록 차기 통추위를 열지 않고 있다. 금속노련 통합추진위 실무대표를 맡아 통합 추진에 강한 의지를 보여 왔던 김만재 사무처장도 4?15총선 출마를 선언하고 경기 이천지역 표밭 다지기에 여념이 없다.

화학노련(위원장 박헌수)도 지난달 4일 중앙집행위에서 실무위 대표간 의견 접근사항을 보고하고 위원장에게 전권을 위임한 후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 지난달 2일 실무대표간 협의 이후에 두 연맹은 통합을 주제로 한 만남조차 갖지 않고 있다. 따라서 오는 3월 초중순께 통합 대의원대회를 열어 새 연맹을 건설키로 한 당초 일정도 지키기 힘들게 됐다.

3년 동안 마음 맞추기

두 연맹 통합 추진의 발단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 8월부터 연대 활동을 해 오던 두 연맹은 2001년 1월, 섬유유통, 고무, 출판 등 5개 연맹을 포괄하는 ‘제조연대’를 결성, 공식적인 연대활동에 들어갔다.

이후 금속,화학연맹은 조금 더 욕심을 낸다. “날로 거세지는 총자본에 맞서 20만 제조노동자가 뭉치는 강력한 연맹이 필요”하다며 ‘제조산별 대통합’을 목표로 두 연맹은 지난해 2월부터 통합 논의를 본격 시작했다.

이에 따라 두 연맹은 지난해 5월 각각 개최한 중앙위원회에서 통합 추진을 결의했다. 이에 앞서 화학노련은 지난해 2월 열린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제조산별간 통합’을 결의했으며 금속노련도 지난해 5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화학과의 연맹 통합 추진’을 결의했다. 이 과정에서 통합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힌 섬유유통노련(위원장 오영봉)은 제조연대 활동을 중단했다.

금속,화학 두 연맹은 이후 지난해 11월까지 7차례의 실무위원회를 열어 통합에 따른 두 연맹의 입장을 조율했다. 또 두 연맹은 지난해 10월과 12월 각각 노조 대표자 세미나와 지역순회 간담회를 열어 통합의 당위성을 홍보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지난 1월8일에는 두 연맹이 통합추진위원회 세미나와 수련회를 각각 열어 통합조직의 명칭, 통합대회 일정, 사무처 직제, 임원 선출, 대의원 배정 등에 대한 각각의 안 마련했다. 이견은 있었지만 통합의 구체적인 윤곽이 서서히 드러났다.

지난달 2일에는 두 연맹 사무처장들이 통추위 실무대표 회의를 갖고 이견 조율에 나서, 상당한 수준의 ‘의견 접근사항’까지 내놓았다.

이어 화학노련은 4일 중앙집행위원회에 ‘의견 접근사항’을 보고하고 위원장에게 통합에 관한 전권을 위임했으나, 금속노련은 10일 중앙위원회에 보고하고 ‘필요하면 차기 통추위에 안건으로 상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속은 3월초 현재까지 통추위를 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각 통추위 실무대표들이 각 조직에 ‘의견접근 사항’을 보고한 뒤 의견을 모아 2월 둘째 주에 실무위를 열기로 한 약속도 자연스럽게 깨졌다.

대의원 배정기준과 임원선출 이견

지난 1월 금속노련 통추위에서 결정한 ‘안’이 금속의 최종 공식안이다. 실무위 대표간 ‘의견접근 사항’은 지난달 10일 중앙위에서 ‘통추위에 보고해 검토하겠다’고 넘겼으나, 현재까지 통추위를 열지 않았으므로 공식안은 ‘1월안’이 되는 셈이다.

반면 화학노련은 ‘안’이 없어졌다. 지난달 4일 중앙집행위가 통합에 관한 모든 권한을 위원장에게 위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학도 1월 통추위에서 결정한 안이 있다. 위원장에게 재량권이 넘어간 상태이지만 화학도 ‘1월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두 연맹 사이에 쟁점이 된 부분은 대의원 배정기준과 임원, 지역본부 편제 등 3가지이다. 명칭(전국제조산업노조연맹), 사무처 직제(5실 실, 국, 부서 체계), 업종분과(총 13개, 고무,출판 합류시 15개) 등에 대해서는 이미 각 통추위 의견이 일치한다.

그러나 대의원 배정기준은 각 연맹의 조직 특성과 맞물려 있어 가장 논란이 큰 대목이다. 대의원을 어떻게 배정하느냐에 따라 통합 후 지도부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대략 판가름이 난다. 두 연맹은 각자에게 유리한 방안을 선호한다. 노조 조직 특성상 대의원을 배정하기 위한 조합원 수의 기준이 높을수록 금속이 유리하고, 낮을수록 화학이 유리하다.

화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노조가 많은 금속은 “조합원 200명당 1명을 배정해 900명 선의 대의원을 두자”는 입장이다. 실무대표 간 의견 접근 직후 이병균 금속노련 위원장은 “현행 금속기준대로 하거나 조금 낮출 수 있다”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했다.

반면 화학은 “250명당 1명을 배정하되 50명 미만 조직은 통합해서 지역본부에서 배정하는 방안(1번안) 또는 임원 선출 대의원대회 때는 전 조직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되 일반 대의원대회에는 일정규모 이하를 통합해 지역본부에 대의원을 배정해 대의원 수를 낮추자(2번안)”는 안을 갖고 있다. 지난달 19일 박헌수 화학노련 위원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가능한 전 조직에게 선거권을 주기 위해 임기대회는 화학 방식으로, 일반대회는 금속 방식으로 치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해 실무대표 간 의견 접근사항을 수용할 뜻도 있음을 내비쳤다.

2월초 두 연맹 실무대표 간 의견접근 사항은 “임원선출 대회 때는 250명당 1명을 단위노조에 배정하고 250명 미만 단위노조에도 1명씩을 배정하되, 일반 대회 때는 250명당 1명을 단위노조에 배정하고 200명 미만은 지역본부로 통합해 배정한다”이다. 이대로 하면 임원 선출 대회 때는 모든 단위노조 대표가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

임원선출과 지역본부 편제에 관한 두 연맹 간 이견은 크지 않다. 두 연맹 모두 협의를 통 조율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태도이다.

금속은 △초대 임원은 임기 3년의 단일체계 △위원장,사무처장 런닝메이트로 대의원대회 선출 방안을 제시한 반면, 화학은 △초대 임원에 한해 과도기적 임기를 정해 단일 또는 공동체제 가운데 선택하고 △2기부터는 위원장 선출 후 전형위원회가 일괄 추천해 찬반투표로 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실무 의견접근 사항은 △런닝메이트제 긍정 검토(도입) △정상임기 3년, 대의원대회 선출 △초대임원의 경우 단일체제안과 단일 또는 공동체제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상 임기보다 짧은 과도기적 임기를 설정하자는 의견차이는 조속히 가닥을 잡기 위해 노력 등으로 정리했다.

지역본부에 대해서도 금속은 경기지역 재검토 및 탄력적 조정을, 화학은 경기중부를 추가해 18개 본부로 한다고 제안했다. 의견접근 사항은 17개 본부안을 전제로 향후 규정 마련시 경기지역(용인)에 대해 추가로 논의하는 것으로 이견을 좁혔다.

이제 3월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이달 안에 통합대회를 열어야 한다. 그러나 3월 통합은 현재로서는 힘들 전망이다. 4월은 총선을 치러야 하고, 5월은 임단투가 집중되는 때이다.

이 때문에 통합을 추진해 온 두 연맹 관계자들은 “4월이 넘어가면 통합이 사실상 힘들어질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제 두 연맹은 기로에 섰다. 통합의 마지막 고비를 넘겨 20만
조합원의 대산별을 건설하는가, 아니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훗날을 기약해야 하는가. 열쇠는 두 연맹이 쥐고 있다.

조상기 기자 (westar@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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