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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욕의 역사로 기록될까 두렵다”

어제(5.11) 한국노총이 결정한 ‘근로시간면제한도 정부안 수용과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 지속’에 대해 우리 화학노련(위원장 한광호)은 개탄스러움을 넘어 뻔뻔함의 극치에 더 이상 할 말이 없으며, 앞으로 전개될 한국노총의 조직적 위기에 대해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결과적으로 돌이켜보면 한국노총 지도부가 걱정했던 것은 근로시간면제제도의 규모별 면제한도나 사용인원 따위가 아니라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 파기 그 자체였던 것이다. ‘내가 죽더라도 조직을 살리겠다’는 노총위원장 발언은 이틀밖에 못가는 해프닝에 불과했던 것이다.

사실 뻔한 결과를 두고, 속는 누구나 속이는 누구나 다 같은 부류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치부해 버리기에는 우리의 상처가 너무 크다. 제1노총을 자부하는 한국노총이 지켜야했던 것은 반노동자 정당과의 정책연대가 아니라 그나마 한국노총을 믿고 따랐던 현장 노동자들의 자존심이었기 때문이다.

작금의 결과도 문제이지만 더욱 큰 문제는 과정이었다. 노동조합 본연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또다른 정치판을 연상시킨 지금과 같은 과정은 보신주의와 패배주의를 양성시켜 후일을 도모하며 다시 일어설수 있는 노동조합 특유의 잠재력까지 앗아가는 폭거와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약에는 쥐약도 있는 것이다. 정부의 갈라치기 수법에 보기 좋게 당한 꼴이다.

조만간 노동부가 고시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노동조합이 하루아침에 죽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고 아직 노동현장은 건강하기 때문이다. 우리 화학노련은 오늘의 결과를 교훈삼아 다시 일어설 준비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법개정 투쟁은 물론 정권심판투쟁까지 포함하는 조직적 대응을 준비할 것이며, 제대로 된 노동운동과 개혁을 바라는 모든 민주세력과 연대하며 노동운동의 희망과 불씨를 지켜나갈 것이다.

2010년 5월 12일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