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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업단위 공동 교섭을 적극 모색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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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 605회 작성일 21-10-0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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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초기업단위 공동 교섭을 적극 모색하자]

  40년 넘는 오랜 세월 동안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금년 9월 8일 처음으로 화학노련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1980년에 한국노총 금속노련 조합원이 되어 1990년 전국노동조합협의회를 만들기 까지 10여년 한국노총 활동을 했습니다. 저의 노동조합 활동의 출발은 한국노총이었고 지금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도 한국노총과 함께 하고 있어 시작과 끝이 한국노총이 된 셈입니다.

  한 때 문전투로 불리면서 6차례 구속되는 등 치열한 투쟁의 길을 걸었습니다만 세월의 흐름과 함께 투쟁만이 능사가 아니라 노사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상생. 협력의 필요성도 느끼면서 다시금 한국노총의 역사를 살피게 되었고 화학노련 동지들이 견결하게 지켜 오신 노동조합의 자주성과 민주성에 바탕을 둔 큰 역할도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노사관계의 출발은 아마도 투쟁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투쟁하지 않는 노조는 진정한 노조가 아니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긴 세월 투쟁의 역사를 써 온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 노동조합이 최근 들어 임금인상 투쟁이 왜 잦아들었는지도 살펴보았습니다. 투쟁의 성과가 쌓이고 노사간에 이해가 높아지면 투쟁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되고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것이 자연의 이치 아닌가 생각합니다.

  노동운동 40년, 사회적 대화 4년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다시금 절실하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노동조합의 자주성과 민주성입니다. 투쟁이 불가피했던 시절에는 투쟁 자체가 자주성과 민주성을 뒷받침하는 것이지만 노사간의 상생. 협력의 상황에서 자주성과 민주성을 지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조합원에서 시작해서 조합원으로 끝나는 노동조합 운영에 더욱 충실해야 합니다. 화학노련 동지들께서 오랜 세월 숱한 사연을 겪으면서도 끈을 놓지 않았던 노동조합의 기본 정신에 다시금 존경의 말씀을 드립니다.

  최근 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SK이노베이션과 조선내화 노사관계와 노조의 역할에 대해 많이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임금 교섭에 대한 합리적 기제가 마련되고 노동자 간의 연대 기금을 운영하고 있으며 산업 안전에 대한 노조의 역할을 높이고 있는 노동조합입니다. 바로 화학노련 소속이지요. 이러한 사례가 앞으로의 노동조합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믿습니다. 조합원들과 충분한 공감을 모색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입니다.

  노동조합 선배로서 제가 미처 하지 못했던 아쉬움 한가지를 여러분께 당부하고자 합니다.
우리나라 노동조합도 초기에는 강력한 산별적 기풍을 갖고 있었는데 군사독재 시절 산별노조가 해산당하고 기업별 노조가 강제되면서 역량이 분산된 채로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임금도 기업의 지불능력에 따라 개별화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 까지 우리가 기업별 노조에 머물러 있을지는 깊이 성찰할 때가 되었습니다. 화학노련의 큰 울타리 안에서 지역별, 업종별 임.단협 공동 대응을 모색해 나가시기를 기대합니다. 이번에 개정된 노동조합법 제30조 3항에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기업.산업.지역별 교섭 등 다양한 교섭방식을 노동관계 당사자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에 따른 단체교섭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가능한 한 크게 단결하는 것이 교섭력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화학노련에 대한 애정과 기대를 계속 이어 가겠습니다.